문) 황말숙씨는 구미호씨가 운영하는 번호계에 가입하였습니다. 계원은 20명이고, 매월 불입하는 계불입금은 100만원, 계금은 2,000만원짜리라고 하였습니다. 황말숙씨는 10번째로 계금을 타게 되어 있었습니다.  

황말숙씨는 한번도 불입금을 연체한 적 없이 매달 성실하게 납부했습니다. 그런데 황말숙씨가 계금을 타는 날 구미호씨는 다른 계원들로부터 불입금이 다 들어오지 않았고, 계가 파계될 것이라며 계금을 지급해주지 않았습니다.  

황말숙씨가 알아보니 다른 계원들도 모두 불입금을 납입했다고 하였습니다. 또 더 자세한 내막을 알고 봤더니 구미호씨는 맨앞번호 5개는 자기가 먼저 타먹고, 그 다음 순번의 계원들도 계금을 제대로 받지 못하였다는 것입니다. 이 경우 구미호씨는 어떤 처벌을 받나요.  

답) 번호계는 통상 매월 계원들이 내는 불입금을 순번에 따라 받아가는 것입니다. 물론 먼저 계금을 받아가는 사람은 그 다음부터 이자를 더 내고, 나중에 계금을 받아가는 사람은 그 동안의 이자에 해당하는 돈을 더 얹어서 받아가는 것입니다. 또 낙찰계라는 것도 있는데 이는 순번이 정해져 있는 것이 아니라 계금을 타는 날(곗날) 추첨을 통해(또는 가장 높은 이자를 지급하겠다는 사람이 선순위로) 계금을 타는 사람을 정하는 것입니다. 여기서 계불입금은 매월 계원들이 내는 돈을 말하고, 계금은 계원들이 받는 몫돈을 말합니다. 그러니까 위의 예에서 매월 지급하는 100만원이 계불입금이고, 2,000만원이 계금입니다. 우리 나라에서는 예로부터 이러한 계가 성행하여 왔고, 강남에서는 귀조계, 다복회, 만덕계, 모나리자계, 한마음 등 몇십억, 몇백억짜리 기업형 계도 있다는 것을 신문지상에서 심심치 않게 보고 있습니다. 은행과 같이 까다로운 심사 절차 없이 선순위자는 몫돈을 마련할 수 있고, 후순위자는 은행보다 고율의 이자를 지급받을 수 있기 때문에 유혹을 떨쳐버리지 못하는 것입니다. 또 세금도 전혀 내지 않구요. 우리나라에서만 볼 수 있는 특수한 제도라고 할 수 있지요. 계주는 속칭 오야라고 하는데 계를 운영하는 사람이고, 보통 선순위로 계금을 타거나 일정한 수수료를 받는 특권이 주어져 있습니다.

 

 

법률적으로 보면 계주는 계원들과의 약정에 따라 지정된 곗날에 계원들로부터 월 불입금을 모아 지정된 계원에게 이를 지급할 의무가 있습니다. 계주의 이러한 의무는 계주 자신의 사무임과 동시에 타인인 계원들의 사무를 처리하는 것도 되는 것입니다. 따라서 계주가 계원들로부터 월 불입금을 모두 징수하었음에도 불구하고 그 의무에 위배하여 정당한 사유 없이 이를 지정된 계원에게 지급하지 않았다면 다른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그 지정된 계원에 대한 관계에 있어서 배임죄가 성립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구미호씨는 황말숙씨에 대한 관계에 있어서 배임죄가 성립될 수 있습니다.

또 구미호씨가 처음부터 정상적으로 계를 운영할 의사 없이 자신이 먼저 계금을 타먹을 생각으로 계를 조직하여 계불입금을 수령했다면 그 자체가 계원들 전체에 대한 사기가 될 수도 있습니다. 계는 구미호씨같이 계주가 딴마음을 먹거나 계원들이 갑자기 경제사정이 좋지 않게 되면 언제든 파계될 수 있는 위험성이 있으므로 조심하셔야 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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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lawma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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