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 박만취씨는 갑작스런 해고통보를 받고 괴로워하던 중 단골 술집에서 술을 많이 마신 상태로 자동차를 운전하다가 사람을 치어 크게 다치게 하였습니다. 박만취씨는 당시 어떻게 운전했는지 전혀 기억나지 않고, 사람을 친 것도 가억나지 않는다고 주장하면서 형법상 심신장애상태여서 처벌할 수 없거나 형을 감경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타당한 주장일까요. 

 

                             (위 사진은 본문 내용과 관련이 없습니다.)


답) 술을 마시고 일어나는 사고가 참 많습니다. 박만취씨같이 음주운전하다가 사고를 낸 경우, 술에 취해 동료나 행인들과 시비가 되어 싸우는 경우, 술기운을 빌어 불건을 훔치거나 부녀자를 강간 또는 추행하는 경우 등 우리 일상생활에서 흔히 일어날 수 있는 일이지요. 바꾸어 말하면 술만 마시지 않았으면 일어나지도 않았을 사건들이 참 많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우스개소리로 모든 범죄의 동기는 돈, 술, 남녀관계(이를 치정이라고도 하지요) 때문에 발생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라고 하지 않던가요. 물론 요즘은 ‘묻지마 살인’같은 특별한 이유없이 범행을 저지르는 경우도 있지만 그런 경우는 정신병자, 극심한 우울증 환자에게서나 볼 수 있는 극히 일부이구요. 아마도 모든 사람들이 돈욕심만 없으면, 술을 적당히 마시면, 남녀가 초연할 수 있다면 세상은 너무나 조용할 것입니다.그러나 그것은 인간사회가 계속되는 한 결코 실현될 수 없는 꿈이기도 하지요.



아무튼 술에 취해 벌어진 사건들의 경우 범죄자들은 자신이 무슨 짓을 했는지 기억나지 않는다고 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소위 필름이 끊긴다고 하는 것이지요. 그냥 변명일 수도 있고, 실제 기억나지 않는 경우도 있을 것입니다. 아무튼 그런 경우 형법상 심신상실 또는 심신미약의 상태에 있었다고 볼 수 있을지 논란이 있습니다.

 

심신장애자의 처벌에 관하여 우리 형법 제10조에 의하면 "①심신장애로 인하여 사물을 판별할 능력이 없거나 의사를 결정할 능력이 없는 자의 행위는 벌하지 아니한다 ②심신장애로 인하여 전항의 능력이 미약한 자의 행위는 형을 감경(減輕)한다.③위험의 발생을 예견하고 자의로 심신장애를 야기한 자의 행위에는 전 2항의 규정을 적용하지 아니한다. "라고 규정하고 있습니다.형법 제10조 ①,②항은 통상 선천적 또는 후천적으로 정신적인 장애상태를 가지고 있어 보통사람들보다 지능이나 판단능력이 부족한 사람이나, 정신병자(광인) 등에 적용되는 조항입니다.

 

형법 제10조 제③항과 같이 ‘행위자가 고의 또는 과실로 자기를 심신상실 또는 심신미약의 상태에 빠지게 한 후 이러한 상태에서 범죄를 실행하는 것’을 어려운 법률용어로는 '원인에 있어서 자유로운 행위'라고 합니다. 예컨대, 강간을 결심한 사람이 용기를 얻기 위하여 자신의 행위가 기억나지 않을 정도로 만취한 상태에서 범행을 저지른 경우 등을 말합니다. 그러니까 범행을 저지르기 위해 일부러 심신상실 또는 심신미약의 상태에 빠지는 경우이지요. 이 경우 행위자는 비록 심신미약이나 심신상실의 상태에서 행위를 하였다고 하더라도 형이 감경되거나 면제되지 않고, 형법 제10조 제3항에 따라 보통사람과 같은 책임을 부담하게 되는 것입니다.

 

관련 판례를 보면, "피고인이 자신의 차를 운전하여 술집에 가서 술을 마신 후 운전을 하다가 교통사고를 일으켰다면. 이는 피고인이 음주할 때 교통사고를 일으킬 수 있다는 위험성을 예견하고도 자의로 심신장애를 야기한 경우에 해당하여, 가사 사고 당시 심신미약 상태에 있었다고 하더라도 심신미약으로 인한 형의 감경을 할 수 없다 "라고 하였으며(2002도5109 판결 등), 또한 "형법 제10조 제3항은 고의에 의한 원인에 있어서의 자유로운 행위만이 아니라 과실에 의한 원인에 있어서의 자유로운 행위까지도 포함하는 것으로서, 위험의 발생을 예견할 수 있었는데도 자의로 심신장애를 야기한 경우도 그 적용대상이 된다고 할 것이어서,피고인이 음주운전을 할 의사를 가지고 음주만취 한 후 운전을 결행하여 교통사고를 일으켰다면 피고인은 음주시에 교통사고를 일으킬 위험성을 예견하였는데도 자의로 심신장애를 야기한 경우에 해당하므로 위 법 조항에 의하여 심신장애로 인한 감경 등을 할 수 없다."라고 하였습니다(92도999 판결).

 

따라서 박만취씨도 비록 고의에 의하지 아니하였다고 하더라도(즉, 술을 마시고 음주운전하여 사고를 내려고 의도하지는 않았더라도) 음주운전의 위험성을 예견한 경우에 해당할 것으로 보이므로 심신미약을 이유로 형의 감경을 인정받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입니다. 


술을 마실 때는 항상 정신을 잃지 않도록 조심하여야 겠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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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lawma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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