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 추한영씨는 친구들 2명과 함께 각자 1억원씩을 내고 춘천시에 있는 김양도씨 소유의 토지를 3억원에 매수하였습니다. 그곳에 전원주택을 지어 친구들과 함께 서로 이웃으로 살면서 노후를 지낼 계획이었습니다. 추한영씨를 포함해서 매수인은 3명인데 편의상 추한영씨 단독 명의로 이전등기하기로 하였습니다. 추한영씨가 대표로 김양도씨와 매매계약을 체결하였고, 추한영씨 단독명의로 이전등기까지 마쳤습니다. 1년 후쯤 추한영씨는 사업이 어렵게 되자 친구들 동의도 받지 않고, 은행에서 2억원 대출을 받으면서 근저당권을 설정하였습니다.친구들이 뒤늦게 그런 사실을 알고 추한영씨에게 빨리 돈을 갚고 원상회복시켜놓으라고 하였으나 몇 년이 지나도록 해결의 기미가 없었습니다. 결국 친구들은 추한영씨를 횡령으로 고소하기에 이르렀는데 추한영씨는 형사처벌을 받을까요.

 

 

답) 추한영씨가 친구들과 함께 부동산을 매수하면서 추한영씨 단독명의로 매매 계약을 체결하기로 한 것은 명의신탁 약정에 해당합니다. 친구들은 자신의 지분 부분에 대해서는 명의신탁자에 해당하고, 추한영씨는 명의수탁자에 해당합니다. 한편 횡령죄는 “타인의 재물을 보관하는 자가 그 재물을 횡령하는 경우에 성립”하는 범죄입니다(형법 제355조 제1항) 본건에서는 명의수탁자인 추한영씨가 친구들이나 전소유자의 재물을 보관하는 자의 지위에 있는지가 쟁점인 것 같습니다. 타인의 재물을 보관하는 자로 볼 수 있다면 횡령죄가 성립할 것이고, 그렇지 않으면 횡령죄가 성립하지 않을 것입니다.

 

이와 관련해서는 부동산실권리자명의등기에관한법률(약칭해서 ‘부동산실명법’이라고 합니다)의 규정을 살펴보아야 합니다. 부동산실명법 제4조 제1항 및 제2항 본문에 의하면 윈칙적으로 명의신탁약정은 무효이고, 그 명의신탁약정에 따라 행하여진 등기에 의한 부동산에 관한 물권변동도 무효가 됩니다. 즉, 추한영씨와 친구들이 추한영씨 단독명의로 매매계약을 체결하기로 약정한 것도 무효이고, 그 계약을 토대로 추한영씨 앞으로 이전등기한 것도 원칙적으로는 무효라는 것입니다.

 

다만, 부동산실명법 제4조제2항 단서에서 예외규정을 두고 있는데 ‘부동산에 관한 물권을 취득하기 위한 계약에서 명의수탁자가 그 일방 당사자가 되고 그 타방 당사자는 명의신탁약정이 있다는 사실을 알지 못하는 경우에는 그 물권변동은 유효하게 된다’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사실은 A라는 사람이 돈을 대고 C 소유의 부동산을 매입하려고 하는 것인데 A는 드러나지 않고, B라는 사람을 내세워 소유자 C와 계약하게 하고, B앞으로 소유권을 넘겨받는 경우를 명의신탁 유형중에서도 계약명의신탁이라고 하는데, 만약 C가 실제로 A가 매수한다는 사실을 몰랐다면(즉, A와 B사의 명의신탁 약정을 몰랐다면) B 앞으로의 소유권이전등기는 유효하게 된다는 것입니다.

 

추한영씨의 경우 명의신탁약정은 무효이나 김양도씨가 그러한 약정을 알지 못하였다면 (즉, 추한영씨 개인이 사는 것으로 알았다면) 추한영씨 앞으로의 소유권이전등기는 유효하다고 할 것입니다. 결과적으로 수탁자인 추한영씨는 전소유자인 김양도씨 뿐만 아니라 친구들에 대한 관계에서도 유효하게 토지의 소유권을 취득한 것이라고 보아야 할 것입니다. 추한영씨는 자신이 단독명의로 유효하게 소유권을 취득한 재물을 처분한 것이 되므로, 횡령죄가 되지 않는다고 할 것입니다. 물론 김양도씨가 추한영씨와 친구들간의 명의신탁 약정을 알고 있었다면 추한영씨는 토지 소유권을 취득하지 못하므로 횡령죄가 성립할 수 있습니다.

 

만약 추한영씨가 횡령죄로 처벌받지 않는다면 친구들은 어떤 구제책이 있을까요. 이러한 경우에도 부동산실명법 제3조 및 제4조가 명의신탁자에게 소유권이 귀속되는 것을 막는 취지의 규정은 아니므로 명의수탁자는 명의신탁자에게 자신이 취득한 당해 부동산을 부당이득으로 반환할 의무가 있습니다.(2000다21123 판결) 따라서 친구들은 추한영씨를 상대로 부당이득반환으로서 자신들의 지분만큼 소유권이전해달라고 청구할 수 있고, 대출로 인해 손해를 입었다면 손해배상 청구는 할 수 있을 것입니다.

 

그리고 명의신탁의 다른 유형 즉, 2자간 명의신탁(A가 자신 소유의 부동산을 B 앞으로 등기 명의를 넘기는 경우)이나 3자간 명의신탁(A가 C 소유의 부동산을 구입하기로 약정하고, 대신 B 명의로 등기하는 경우, 계약명의신탁과 차이라면 A가 매매당사자가 되느냐의 여부입니다.)의 경우에는 언제나 소유권이전등기는 무효이기 때문에 횡령죄가 성립합니다.

 

마지막으로 명의신탁이 무효이더라도 그 무효를 가지고 제3자에게 대항할 수 없기 때문에 본건에서 은행의 근저당권설정행위는 은행에서 명의신탁 사실을 알고 있었는지에 관계없이 항상 유효하다는 것입니다.  

Posted by lawma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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