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재회


봄에서 여름으로 넘어가는 어느날, 학교로 날아든 우편엽서 1장을 받았다. 뜻밖에도 발신자는 숙희였다. 여행지에서 흔히 파는 그림엽서 앞면엔 수평선에서 막 떠오른 태양이 곧 이글거릴 태세였고, 뒷면엔 빠르게 써내려간 짧은 글이 적혀 있었다.

“안녕, 나 숙희야, 잘 지내니
얼마전 고향에 내려갔다가 네 소식 들었어, 입학 축하해, 인사가 너무 늦었나?
생각했던 거하고 대학은 너무 달라, 학교도 어수선하고 내가 무엇을 해야할지 갈피를 못잡겠어, 사치스러운 줄 알지만 무작정 강릉행 버스에 올랐어
바닷가 가게에서 파는 엽서가 보이더라, 이 엽서를 발견하는 순간 네가 제일 먼저 떠오르는거야
우습지 않니, 같은 서울 하늘 아래 있으면서 연락도 못하고 너나 나나 참 무심하다 그지, 걸어가도 금방 갈 수 있는 거리에 살면서 말이야.
우리 동네엔 사방에 산만 있지 않니, 바다를 보니까 색다른 기분이네, 대학가면 꼭 한번 보고 싶었는데, 이렇게 무작정 혼자 와서 볼 줄이야...... 한심하지
서울 가면 방황을 추스르고 무언가 할 수 있을 거 같아.
우리 한번 만나자, 다른 애들도 연락되면 함께 보고, 나는 학교 기숙사에서 지내, 꼭 연락해”
말미에 숙희의 기숙사 전화번호가 적혀 있었다.


숙희의 이름을 보는 순간부터 울컥거림이 멈추지 않아 글씨가 제대로 보이지 않았다. 간신히 진정하고 차근차근 몇 번을 반복해서 읽었다. 파도치는 바닷가 벤치에서 홀로 앉아 엽서를 쓰고 있는 숙희의 모습이 떠오른다. ‘쏴아, 싸아∼“ 한번도 가보지 못한 바다였지만 가슴 속으로 파도소리가 밀려든다. 마치 내가 그 옆에 앉아 있는 것처럼. 일출 사진이 있는 엽서를 보고 나를 제일 먼저 떠올렸다는 것은 무슨 의미일까?, 무작정 바다행 버스에 올랐다니 대체 어떤 번민이 생긴 걸까?, 방황을 추스르다니 어떻게 방황을 했다는 말인가? 짧은 글속에 감추어진 의미를 알아내려고 애썼지만 의문만 더해가고 숙희를 빨리 만나보고 싶다는 생각이 간절했다.

숙희가 중학교 2학년 때 대구로 공부하러 떠난 후로 그녀를 한 번도 본적이 없었다. 가끔씩 마을 사람들이 오가는 대화 속에 숙희 이야기가 나오면 귀를 쫑긋 세우고는 했었다. “여(여기)서만 잘하는 줄 알았디(알았는데) 대구에서도 단연 최고라카데, 어디가나 군계일학인기라”, “가시나로 태어난기 참 아깝제, 남자였으면 크게 될거구만”, “여자라고 크게 못될게 뭐있음니껴, 요즘 세상에 어데 남자 여자가 따로 있답니껴”라는 등의 칭찬 일색이었고, 숙희는 마을 사람들의 바램을 저버리지 않고 S대 불문과에 입학했다는 것이 마지막 소식이었다. 들리는 소문으로도 숙희는 언제나 대나무처럼 곧고 바르게 살고 있음을 상기시켜주었고, 그럴 수록 나에게서는 점점 멀어져가는 것만 같았었다. 그러한 숙희도 스무살 아픔을 겪고 있다니, 어디로 갈지 머뭇거릴 때가 있다니 숙희와 어울리지 않게 생뚱맞은 행동을 하고 있는 것만 같았다. 숙희도 살과 피로 만들어진 인간의 모습을 하고 있음을 깨닫는데는 그 후로도 한참이 걸렸다. 이제 어엿한 숙녀로 자랐을 것이다. 당장 확인해보고 싶었다. 유년의 터널을 어떻게 지나왔는지, 지금은 어떤 생각을 하고 무엇을 하고 있는지. 아니 무슨 말이든 좋으니 목소리로라도 그녀의 존재를 확인하고 싶었다. 상상속의 관념이 아니라 짧은 숨결로라도 각자가 아니라 함께 있음을 느끼고 싶었다. 그러나 당장 전화를 걸까 하다가도 특유의 소심함이 나의 발목을 잡았다.

나는 전화를 거는 대신 편지를 한 장 썼다.
“숙희에게,
네가 보낸 엽서는 잘 받았어, 네 소식은 전해 들어 알고 있어, 마을에선 워낙 유명인사잖아, 아무튼 미안해, 소식을 알면서도 연락도 못하고,
나는 서울 생활에 적응하지 못해서 아직도 헤메고 있어, 엽서를 보니 너도 고민이 있는 것 같구나, 너라면 잘 헤쳐나갈 수 있을 거야, 조만간 연락할께, 그리고 나는 동규랑 함께 자취하고 있어, 그 때까지 잘 지내”
장문의 편지도 써보았지만 결국 이렇게 밖엔 쓸 수 없었다.

그 후 숙희로부터는 답장이 없었다. 내가 연락이 오기를 기다리기나 하는 것일까. 그냥 재미삼아 한번 연락해본 것은 아닐까. 공중전화박스에서 몇 번을 망설이다 전화를 걸었고, 부재중이라 또 몇 번을 다시 건 다음에야 어렵사리 통화할 수 있었다.

“숙희니, 잘 지내지, 연락이 늦었어”
“응, 몇 번 전화 왔었다는 말은 들었는데 받질 못했구나”
“언제 시간되?”
그녀가 약속시간과 장소를 정해주었고, 나는 잊어버리지 않기 위해 미리 준비해간 메모지에 열심히 적었다.
며칠후 우리는 종로통에 있는 다방에서 만나기로 했다. 다방 이름이 ‘랑데부(rendez vous)’였을 것이다. 녹음이 우거지고, 햇살 가득한 하오, 무수히 있어 왔을 그런 날에, 앳된 소년과 소녀는 어느덧 젊은 남녀가 되어 서울 한복판에서 재회하게 된 것이다.

나는 약속 장소에 먼저 나가 기다렸다. 2층 다방엔 젊은 아베크족들이 칸칸이 앉아 밀어를 나누고 있었다. 간신히 구석진 빈자리를 찾아 앉았다. 다방 한켠에 마련된 음악실에서 틀어놓은 엘피반에서는 팝송이 흘러나오고 있었다. 나나무스끄리라는 외국가수가 불렀던 ‘over and over’라는 노래였다. 뛰는 가슴을 진정시키기 위해 노래를 들으며 서툰 영어실력을 쥐어짜 한문장씩 음미해보았다. 여가수의 청아한 목소리가 비장한 선율에 맞추어 좁은 다방 안을 압도하였다.

“I never dare to reach for the moon
 I never tought I'd know heaven so soon
저는 감히 저 달에 이르려고 하지 않습니다.
제가 천국을 그렇게 일찍 알게 되리라고는 생각지 않았으니까요.

I couldn't hope to say how I feel
The joy in my heart no words can reveal
제가 느끼는 이 감정들을 당신께 얘기해 드리고 싶지만 그럴 수 없습니다.
제 가슴속에 있는 기쁨은 어떤 단어로도 표현될 수가 없으니까요.

Over and over I whisper your name
Over and over I kiss you again
계속해서 당신의 이름을 불러봅니다.
계속해서 당신에게 입을 맞추어 봅니다.

I see the light of love in your eyes
Love is forever, no more good-byes
당신의 투명한 눈 속에서 저는 사랑의 빛을 발견합니다.
더 이상 헤어짐이 아닌, 사랑은 영원합니다.

Now just a memory the tears that I cried
Now just a memory the sighs that I sighed
지금 이 순간, 제가 흘렸던 눈물은 과거의 추억에 불과하고,
지금 이 순간, 제가 쉬었던 긴 한숨을 옛 기억 속에 묻어두려합니다.

Dreams that I cherished all have come true
All my tomorrows I give to you
제가 소중히 여겨왔던 꿈들은 모두 이루어 졌습니다.
제 모든 미래를 당신께 맡기겠습니다.

Life's summer leaves may turn into gold
The love that we share will never grow old
녹음진 여름나무의 잎이 금색으로 바뀔지도 모르겠습니다.
우리가 공유하는 사랑은 결코 늙지 않을 것이기 때문입니다.

Here in your arms no words far away
Here in your arms forever I'll stay
여기 당신곁에서 한 언약은 영원합니다.
저는 당신곁에서 영원히 머물겠다고요.

Over and over I whisper your name
Over and over I kiss you again
계속해서 당신의 이름을 불러봅니다.
계속해서 당신에게 입을 맞추어 봅니다.“


잠시후 다방 문이 열리는 소리가 들렸고, 불현듯 정신을 차렸지만 온몸이 굳어 문쪽을 돌아보지도 못한채 앞만 응시하고 있었다.

“먼저 와 있었구나, 많이 기다렸니, 야! 우리 오랜만인데 악수나 하자” 숙희는 내가 어색해하고 있다는 것을 감지했는지 밝게 웃으며 먼저 손을 내밀었다.
“응, 숙희구나, 정말 오랜만이다, 나도 조금 전에 왔어”
숙희가 내민 손을 잡고서야 경직된 표정을 풀며 비로소 그녀를 마주 볼 수 있었다.
숙희는 목끝까지 단추를 잠그고 무릎 아래까지 내려온 하늘색 원피스를 단정하게 입고 있었고, 끈없는 검은색 단화를 신고 있었다. 책이 가득 들은 가방을 놓으며 맞은편 자리에 앉았다. 키가 나보다 조금 작아진 것 외에 별로 달라진 것이 없어 보였다. 마음속까지 들여다보는 듯한 그윽한 눈길, 상대방을 편하게 해주는 입가의 미소, 그 모습 그대로 세월의 잔영이 조금씩 쌓여 완숙한 아름다움을 발하고 있었다.

“너도 어른이 다 되었구나, 코흘리개였는데 우리가 벌써 대학생이 되었다니, 세월이 간다는게 이런 건가 봐” 숙희가 먼저 말했다.
“야, 다 산 노인네처럼 말하네, 이제 겨우 시작이고, 넘어야 할 세월의 산은 아직 너무 많이 남았어, 그렇지 않니”
“그럴까, 어제같은 오늘, 오늘같은 내일이면 시간이 간다는게 무슨 의미가 있을까”
“왜?, 넌 늘 앞으로 달리기만 했잖아, 우리보다 저만치 앞서서, 네가 그런 소릴 하면 어떻하니, 어제, 오늘이 쌓여서 이만큼 온 것이 아닐까, 앞으로도 그럴 거고”
“그랬지, 그런데 대학에 들어와 보니 내가 잘못 살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들었어”
“그건 또 무슨 소리니, 너만큼 똑바르게 산 사람이 어디 있다고”
“아니야, 나는 늘 나만 생각했던 거야, 남들한테 뒤지면 어쩌나, 주변은 돌아보지 않고, 나 잘될 궁리만 한거지, 아마 나는 우월한 존재감을 뽐내고 싶었던 거같아, 아니 어쩌면 뽐내고 싶었기 때문에 우월해지려 발버둥쳤는지도 모르고, 내 삶의 방식에 회의가 들어, 도대체 무엇을 위한 것인지”
나는 그녀가 무엇을 고민하고 있는지 어렴풋이 알 수 있을 것 같았다. 당시 대학은 학문 그 자체에 몰입하거나 입신양명을 꿈꾸는 것이 양심 없는 이기주의자라던가, 마치 큰 죄라도 되는 것처럼 손가락질을 받았고, 학생들을 사회참여의 열풍으로 내몰고 있었다. 그것은 소용돌이치는 역사의 물결이 우리들에게 안겨준 숙제였고, 지식인으로 통칭되는 고등교육을 받은 이들의 불행한 숙명이기도 하였다. 조용한 아침, 고요 속의 사색은 착취로 얻어낸 브르주아의 사치였다. 거기에 더하여 그 열기를 뒷받침해주는 사회주의 이론들, 이른바 유물론과 거기서 파생된 무슨 무슨 주의들은 구체적인 행동강령까지 제시하면서 수많은 투사들을 양산하였다. 적어도 그 때는 선과 악이 명확히 양분되어 있었고, 기존 가치를 쫒는 것은 악의 편에 서는 것과 다름 없었다. 그러나 누구를 탓하랴. 우리 모두는 시대의 희생양이었을 뿐인 것을.
“그렇지 않을거야, 너는 늘 우리들을 배려했고, 누구보다 성실했어, 그 나이에 그 이상 무엇을 더 바라겠니, 얇은 지식으로 무장한 선동꾼들이 얼마나 많니, 마치 자신만이 시대의 양심인 것처럼 행동하지만 그 뒤엔 무서운 탐욕을 감추고 있는 그런 사람들 말이야, 지금 유행처럼 번지고 있는 행동이 우리가 할 수 있는 모든 것이 될 수는 없어, 확신도 없이 휩쓸리는 것은 부화뇌동일 뿐이야, 진지한 고민은 나름대로 의미가 있겠지만 나는 네 모습을 잃지 않기를 바래” 나는 숙희의 번민을 덜어주려고 어렵게 한마디 했다.
“그래 행동이 전부는 아니지, 모두가 투사가 될 수도 없는거고, 어쨓든 지금 최소한의 양심은 깨어있음이 아닐까, 각각의 깨어있음이 합쳐지면 단단한 바위도 깨뜨릴 수 있을 거야, 그렇지만 깨어있기 위해선 나의 이기나 욕구는 포기해야 하는 것이 아닐까, 이 시대엔 반짝이는 지혜, 아름다움 따위는 무용한 것 같아, 시대가 그렇다면 나 또한 그리해야 되는 것이 아닐까”
“아니야, 너 다움을 잃는 것은 옳지 않아, 넌 지금 충분히 깨어있고, 그것으로 네 몫은 다한 거야, 분명 너만의 길이 있을 거야, 너를 버리지 않아도 가치 있는 일은 많을 거야”
“나만의 길, 그게 뭘까?, 너의 길은 무엇이니”
“나도 찾고 있는 중이야, 괜히 잘난체했네, 나 자신도 내가 어떻게 살아야할지 뚜렷하지 않으면서 말이야, 미안해” 
 이야기가 깊어갈 수록 자연스럽게 대화는 우리만의 공통분모로 모아져갔다. 친구들과 고향 소식들, 지난 시절 우리들의 이야기들로.
“궁금한 게 있는데, 우체국에서 신문배달하는 아이를 뽑을 때 네가 추천해주었었니” 내가 물었다.
“응, 그걸 아직도 기억해, 그런데 내가 추천했다는 건 어떻게 알았니”
“국장 어르신이 우리 아버지한테 하는 말을 들었어”
“그래, 아버지도 참, 아무한테도 말하지 말라고 했는데, 그 때 상국이 오빠가 도시로 이사해서 신문배달 일자리가 비었다고 하더구나, 친구들 중에 적당한 애가 없냐고 묻기에 내가 추천한 거였어, 너는 항상 궁금한 게 많았고, 새로운 무언가를 해보고 싶어하지 않았니”
나는 숙희가 면밀하게 나를 관찰하고 있었다는 사실에 새삼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그렇게 우리들은 재회했고, 초등학교 때 그녀와 단둘이 조우한 이후 처음으로 많은 이야기들을 나누었다. 사진속 떠오르는 태양을 보고 왜 내 생각이 났는지는 끝내 묻지 않았다. 이렇게 다시 만난 것만으로도 행복했고, 내가 무엇을 더 바랄 수 있었겠는가. 그날 숙희를 기숙사 앞까지 바래다주고 늦은 밤 돌아와 또다시 밤잠을 설쳤던 것 같다. 20년을 한마을에 적을 두고 살면서도 서로에게 이렇다 저렇다 말한 적은 없었지만 이미 수많은 말들을 하여왔음을 우리는 알고 있었다. 서로 존재함으로써 이미 말하고 있었음을.

숙희를 만난 사실을 동규에게 말하자 동규는 “와, 숙희가 서울에 있었나, 역시 대단하구만, 우리 같은 놈들은 아무리 해도 못따라갈끼라, 불알 달고 다니면 뭐하노, 가시나보다 못하면서, 그런데 어예 너한테 연락이 왔노, 니는 별로 친하지도 않았잖아, 대학생이라고 차별하는기가 뭐고, 나는 떼놓고 둘이 만난 걸 보이 혹시 니들 연애하는거 아이가”라고 농을 걸었다.
“그럴 리가 있겠어, 그냥 내가 다니는 학교를 알고 친구들 소식이 궁금해서 연락한 거겠지” 나는 발개진 얼굴을 숨기며 그렇게 얼버무리고 말았다.

그 후 숙희와 나는 가끔씩 짧막한 안부 편지를 주고 받았고, 한달에 한번 정도는 고향 친구들끼리 모여 술잔을 기울였다. 동규, 상민, 정식이가 있었고 같은 마을 출신은 아니지만 영곤이도 함께 모이고는 했다. 상민이는 중학교 졸업후 상경하여 주간에는 벽돌공장에서 일하면서 야간 상고를 졸업했고, 그 때는 부동산 회사에 다니고 있었다. 동규와는 서울 생활을 하면서부터 만나오던 터였다. 앞으로는 땅이 돈을 만들어 줄거라고 했다. 그림에 소질이 있던 정식이는 H대 미대에 다니고 있었다. 학교도 들어가기 전에 누가 가르쳐주지도 않았는데 사진속 아버지 얼굴을 똑같이 그려내어 사람들을 놀래켰었다. 그 후 초등학교 때 시름시름 앓다가 백혈병이라는 사실이 밝혀졌고, 서울의 어느 부유한 자선가의 도움을 받아 미국에서 병을 고치고 돌아왔다고 했다. 그 때 빡빡머리를 하고 돌아와 아이들에게 미제 연필을 선물로 나누어주었던 기억이 난다. 백혈병이 무슨 병인지는 몰랐지만 비행기를 타고 미국에 다녀왔다는 사실만으로도 부러움을 받았었다. 대학에 들어와 밤낮으로 그림에만 미쳐 지낸다고 했다. 하루라도 붓을 잡지 않으면 죽을 것 같다는 것이다. 영곤이는 이제 의대 1학년생인 주제에 영국작가 크로닌의 성채라는 소설속 주인공을 언급하면서 멋진 의사가 되겠노라고 열변을 토하고는 했다. 소설속 주인공은 훌륭한 의사가 되려는 포부를 갖고 탄광촌 진료소에서 일하다가 부패한 의사들과 환자들의 적개심 앞에서 현실과 이상의 벽을 느끼고 상류사회의 허상을 따라가다 탐욕과 권력에 빠져들어 속물화되어갔고, 소중한 것들을 잃고서야 다시 아내의 사랑에 힘을 얻어 이상을 되찾는다는 이야기이다. 바빌론의 성채와 같은 현실의 벽을 넘는 것은 영곤만의 꿈은 아닐 터였다. 부디 그 꿈들이 모두 이루어지기를.

그렇게 작은 향우회가 열리는 날이면 우리들은 왁자지껄 떠들며 서로서로 서울에서의 고단한 삶을 위로해주고는 했다.  

Posted by lawma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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